'조선의 미식가들'




 

 맛에 대한 취향은 시대마다 다르다. 한 사람의 음식 경험에는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그 사람이 살아가는 시대의 정황과

 역사가 담겨 있다. 이 점에 주목하여 나는 2011년부터 ‘음식에 관한 글’을 쓴 조선시대 지식인들을 저자별로 나누어 

 자료를 정리해왔다. 조선시대 500년의 실재(real) 식생활과 음식의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에 내가 다루려고 했던 인물은 100명이 넘는다. 이들을 모두 다루려면 앞으로도 10년 이상의 공부가 더 필요하다.

 ‘음식 글’을 통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밝혀보려고 노력했다.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면 조선시대 실재했던 

 ‘음식의 역사’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책을 펴내며〉 중에서



“술 속의 영특한 기운만 있으면, 어디에 기대지 않아도 되네, 가을 이슬처럼 둥글게 맺혀 밤이 되면 똑똑 떨어지네. 

청주의 늙으신 종사〔靑州老從事, ‘오래된 좋은 술’〕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니, 마치 하늘의 별과 같이 뽐내게 만드네. 

도연명이 이 술을 맛보면 깊이 고개 숙일터, 굴원이 맛을 보면 홀로 깨어 있으려 할지. 반 잔 술 겨우 넘기자마자 훈기가 

뼛속까지 퍼지니, 표범 가죽 보료 위에 앉아 금으로 만든 병풍에 기댄 기분이네.”  주당이라면 빈속에 술 한 잔 털어 

넣었을때의 느낌, 즉 알코올이 식도를 타고 쫄쫄 내려가며 위장에 이르는 그 느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색은 그 느낌을 ‘뼛속까지 퍼진다’고 했다. 더욱이 술맛을 잘 아는 사람과 술 취하기를 거부한 사람조차 반할 정도라고 읊조렸다. 도대체 이 술의 정체는 무엇일까?  ―〈“훈기가 뼛속까지 퍼지니” 이색의 소주〉 중에서 P.25


 (연행사로 떠나게 된) 김창업은 간식거리로 전복·쇠고기·꿩고기·홍합·대추·인삼 등을 말린 것을 준비했고 전약·약과· 

 청심원도 챙겼다. 아마도 매일 아침 길을 나설 때마다 그중에서 몇 가지를 가죽주머니에 덜어 넣었을 것이다. 

 김창업은 간식거리를 현지에서 만난 중국인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어느 중국인은 전약과 약과를 선물로 받고서 

 그 만드는 방법을 묻기도 했다. 간식거리 중에서 특히 청심원이 인기였다. 청심원을 받은 중국인들은약효가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713년 음력 1월3일 연경에 머물던 김창업은 일기에 이렇게 썼다. “오늘 죽통에 넣어두었던 

 초장(炒醬)을 꺼내어 먹었다.” ‘초장(炒醬)’의 한자를 보면 ‘볶은 장’이지만, 김창업의 글로는 고추장인지 된장인지 

 무엇을 볶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쯤 되면 해외여행을 가면서 고추장이나 깻잎장아찌 따위를 짐 속에 챙겨넣는 

 요사이 한국인과 김창업 일행이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돼지고기를 찍어 먹으니 참으로 맛있었다” 김창업의 감동젓〉 중에서 P.46-50


영조는 고추장을 언제부터 먹었을까? 1752년 음력 4월 10일자 《승정원일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날도 

도제조 김약로가 “조종부의 장은 과연 잘 담갔다고들 합니다”라고 아뢰었다. 그러자 영조는 “고추장은 근래 들어 담근  것이지. 만약 옛날에도 있었다면 틀림없이 먹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승정원일기》에서 고추장과 관련된 이 단어들을 검색하면 영조 대에서만 22건이 검색된다. 이로 미루어 보아 영조야말로 조선 국왕들 중에서 가장 고추장을 즐겨 

먹은 왕이 아니었을까 싶다. 심지어 75세의 영조는 스스로 “송이·생복(生鰒)·아치(兒雉, 어린 꿩)·고초장 이 네 가지 맛이 있으면 밥을  잘먹으니, 이로써 보면 입맛이 영구히 늙은 것은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고추장을 즐겨 먹었다. 

―〈“지난번에 처음 올라온 고추장은 맛이 대단히 좋았다” 영조의 고추장〉 중에서  P.163-164


 

《음식디미방》의 제일 마지막 쪽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이 책을 이리 눈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알아 

이대로 시행하고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 가되 이 책을 가져갈 생각일랑 생심〔내지〕 말며 부디 상치〔상하지〕 말게 간수하여 수이〔쉽게〕 떠러〔떨어져〕 버리다〔버리게〕 (하지) 말라.” 지금 전하는 《음식디미방》 원본은 찢어지거나 떨어져나간 흔적이 없을 뿐 아니라 책장이 닳은 자국도 심하지 않다. 아마도 후손들이 관리를 잘해온 모양이다. 그 덕분에 17세기 

경상도 북부지역에서 살았던 영민한 한 부인의 요리 지식이 온전하게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그것도 한글로 말이다. 

―〈“잠깐 녹두가루 묻혀 만두같이 삶아 쓰나니라” 장계향의 어만두〉 중에서   P.245






    +


    음식영화에도 관심이 많아 찾아보는 편이고, 식문화 역시 관심분야중 하나_

    이런 책을 보면 반갑고 설레인다. 특히, 현대가 아닌경우는 더 더 더 

    책에 대한 관련설명 글만으로도 너무 흥미롭다 얼른 읽어봐야지!!!




CI크한아줌마

내 마음속에는 소녀가산다_                                       좋아하는것들의 집합 ♡ _                                        Cl크한 아줌마의 놀이터_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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